라울 따뷔랭? 라울 따뷔랭하면 모두가 생소한 제목일 것이다. 그리고 어디서 듣지도 못한 제목일 것이다. 실제로 나도 이 책을 처음 보면서 “어머, 이게 뭐지” 하면서 책을 들춰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원래 이 책 라울 따뷔랭을 읽으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엔 이 라울 따뷔랭을 지은 작가 장자끄 상뻬의 책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읽었었다. 그러나 신청을 늦게 해서 취소해야만 했다. 그러나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읽고 너무 감동 받아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찾던 중 얼굴 빨개지는 아이 외의 뉴욕 스케치, 속 깊은 이성친구, 라울 따뷔랭등을 같이 읽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라울 따뷔랭을 쓰는 것이다.

내가 이 장자끄 상뻬의 작품들을 읽게 되면서 한가지 특징들은 짧은 대화속 그리고 글 그리고 삽화 그림 속에 뭔지 모르게 우리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장자끄 상뻬의 작품은 모두 삽화 집이기 때문에 굉장히 읽기 쉽다. 아주 금방 읽는 책이다. 그러나 그가 쓴 글 한마디 한마디와 그림들이 내 마음에 와 닿는다.

앞에 그랬듯이 모두들 처음엔 라울 따뷔랭하면 라울 따뷔랭이 뭐지? 라고 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라울 따뷔랭은 사람 이름이다. 그런데 그냥 이름뿐만이 아니라 특별한 의미를 가진 다른 것의 이름도 따뷔랭이다.

따뷔랭이 살고 있는 지역에는 자전거란 이름이 통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라울 따뷔랭이 자전거에 대해 못 고치는 것이 없었고 이 라울 따뷔랭의 실력에 대해서는 흠을 잡으려야 잡을 구석이 없어서 따뷔랭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는 자전거란 이름대신 〈따뷔랭〉이란 말로 대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따뷔랭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그냥 보통 언어로 통하지 않는 것이 더 있다. 바로 햄 만드는 비법의 귀재 오귀스뜨 프로냐르. 그리고 사람들의 난시와 근시, 원시, 사시를 교정하는 프레데릭 비파이유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햄이라 하지 않고 프로냐르라하고 더 이상 안경이라 하지 않고 비파이유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프로냐르의 창조자 오귀스뜨가 〈프로냐르〉를 즐겨먹고 비파이유의 창조자 프레데릭이 보란 듯이 비파이유를 끼고 다니는 한 편 자전거의 왕 따뷔랭은 보란 듯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않았다. 그 이유인 즉 그가〈따뷔랭〉탈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 비참한 사실인.. 누구에게도 알리지 못할.. 알리고 싶지도 않은. 그런 사실이었다.

이 사실은 그 누구도 짐작조차 못할 비밀이었다. 그가 어려서부터 모두들 놀랄 정도로 운동 신경이 좋아서 그 누구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 못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도 물론 세발 자전거를 잘 타고 다녔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이 세발자전거에서 이제 두발 자전거로 옮겨서 잘 탈 때 그는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를 일부러 핸들의 나사를 풀거나 그 밖의 모든 기술적 결함들을 내어 위험천만한 곡예에 몸을 내맡기는 스포츠맨의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하게 했다. 그런 것들이 자연히 그가 기계에 대해 살펴보게 했다. 왜냐하면 따뷔랭은 자신의 실패의 비밀을 밝혀 내보려는 희망을 가지고 자전거의 모든 부분을 연구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사람들은 그에게 수리를 맡기기 시작했고 그는 자전거 수리공이 되었다. 오불관언의 경지에 달하는 비법을 가진 따뷔랭은 자연스레 남을 웃기는 재주도 겸비하게 되었다. 그가 자전거를 탈 일이 생기면 균형을 보장함은 물론 좌중의 흥을 돋우는 사람으로서의 명성도 보장해 줄 자전거를 만들어 타기도 하였다. 또 그는 연말이 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짝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호젓한 어스레함이 주는 무게를 갑자기 깨버릴까 두려워하기라도 하듯 웃기는 사람들과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것도 알았다. 그도 사랑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포르똥 영감님 댁 따님인 조시안이 거의 매일 자전거를 고쳐야 한다면서 왔다. 자연스럽게 둘은 친해졌고 그는 조시안에게 한껏 분위기를 잡고 자신이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평소에 농담하던 것을 한다는 것으로 알고 조시안은 바로 뛰쳐나갔다. 그 후 그녀는 자전거 챔피언인 빌롱그와 결혼하였다. 그도 이제 마를렌이란 간호사와 결혼을 한 후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다른 사람의 따뷔랭을 고쳐주던 중 그 호감 가는 인상을 보고 바로 그 따뷔랭을 고쳐주었다. 그 호감 가는 인상은 바로 에르베 피구뉴였다. 그는 사진사였는데 그도 사진을 너무 잘 찍어 사람들이 더 이상 사진을 사진이라 하지 않고 이젠 피구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둘은 자연히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러던 비바람이 치던 어느 저녁에 피구뉴가 그에게 따뷔랭타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자고 제의를 했다. 그는 안 찍겠다고 몇 번이고 버티고 또 핑계를 댔지만 결국엔 아내와 피구뉴에게 등을 떠밀려 마을의 한 언덕에 자전거를 끌고 올라서긴 했는데……. 술김에 자신이 어떻게 올라왔는지도 모르고 자신이 자전거 탈 줄 모른다고 했지만 농담 그만 하라며 뛰어 내리라고 했다. 그리고 그 이튿날 《무모한 싸이클 주자 광적인 묘기를 선보이다》라는 큰 제목으로 프랑스는 물론 외국 언론에 커다랗게 실린 그 사진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그 날 이후 거의 석달을 병원에 누워 있었다. 퇴원 후 그와 피구뉴는 더욱 우정이 돈독해 졌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 속마음은 안 좋았다. 따뷔랭은 피구뉴에게 자신이 자전거를 탈 줄 모른다고 얘기하려고 갔는데 먼저 피구뉴가 자신은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사진을 못 찍는.. 그런 자신의 생애의 비극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한 후 피구뉴는 혼자 여행을 며칠 다녀왔다. 그를 마를렌과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리고 더 이상 또 주사를 주사라 하지 않고 마를렌이라 불렀다. 또 자전거 경주가 벌어진 날에는 출발 신호도 했다. 그는 자신이 자전거를 못 탄다고 숨겨온 사실이 가져온 이로운 점들을 열거해보고 입이 근질근질한 것도 참아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느 날 저녁 따뷔랭이 수리하고 있는 동안 두 달 동안 소식이 없던 피구뉴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있었다. 그리고는 피구뉴가 입을 열려고 하자 따뷔랭이 먼저 내 말 좀 들어보라면서 이야기 했다. 「내가 할 줄 모르는 것이 하나 있는데…….」따뷔랭은 별안간 기분이 맑게 개어 웃고 싶어졌다. 그는 웃었다. 「내가 못 타는 것이 하나 있는데…… 이거 참, 우스운 노릇이지요! 내가 할 줄 모르는 것은……」 그의 웃음소리는 점점 더 높아졌다. 그러자 피구뉴도 함께 웃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 따뷔랭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다른 소설에서처럼 막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부분은 없어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게 하는 책이다. 아니다. 오히려 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될 수도 있다. 이 라울 따뷔랭은 자신의 약점을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가 하는 문제를 재미있고 따스한 시선으로 쓴 작품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라울 따뷔랭이나 사진사 피구뉴는 바로 우리 주변의 자신의 약점 때문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 장자끄 상뻬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주인공들과 독자의 아픔을 다뤘다.

장자끄 상뻬는 너무나 인간적이게 항상 자기가 곁에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곤 한다. 그는 애정을 가득 담아 독자들로 하여금 이 라울 따뷔랭을 읽고 삶에 새로운 활력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은 내보이고 싶어하면서 자신의 단점은 내보이고 싶어하지 않다. 나부터 그러니깐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약점을 빨리 받아들이고 좋은 점으로 승화시킨다면 좋을 것이다. 그 약점을 승화시킨다면 우리의 삶에 더욱 큰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난 라울 따뷔랭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얼마나 힘드셨어요?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그리고 그 사실을 말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드셨겠어요. 저도 남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그런 고민이 있어요..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그러나 다른 사람도 있겠죠? 저만 그러진 않을꺼예요. 나중에 밝히셨잖아요. 기분이 어떠하셨나요? 제 생각엔 굉장히 홀가분하고 기분도 좋았을 것 같아요. 저도 친구들한테 말해 볼 생각이예요. 제가 솔직해 진다면 남들도 절 부담 없이 대할 것 같아요. 용기 주셔서 감사해요.

난 라울 따뷔랭 작가 장자끄 상뻬에게 말하고 싶다....

선생님. 어떻게 제가 생각하고 있는 고민들..또한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겪어 봤을 법한 그런 일들을 소설을 통해서 직접적이 아닌 간접적으로 그런데도 너무 간접적이 아닌. 딱 중간에서 우리들의 생각과 고민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 주셨어요...너무나 감사드려요. 언제나 상뻬님께서 항상 저희 독자들과 함께 계셨기 때문에 저희들은 이 소설을 읽고 얼마나 삶의 활력소를 얻었는지 몰라요. 이 라울 따뷔랭 말고도 더 많은 좋은 소설 많이 써 주세요. 부탁드려요.

장자끄 상뻬

이런 감동적인 책을 많이 쓰는 장자끄 상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 장 자끄 상뻬 (Jean-Jacques Sempe)는 1932년 6월 17일 프랑스 보르도에서 태어났다. 그는 삽화가라고 해야하기엔 글을 잘 쓰고 작가라고 하기엔 삽화를 너무 잘 그린다. 그의 작품들엔 항상 그의 그림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그의 그림 없인 이해할 수 없다. 즉, 그의 작품에 있어서 그림이 차지하는 요소는 지대한 것이다. 그의 그림에 대한 평가는 1991년에 상뻬가 1960년부터 30년 간 그려온 데생과 수채화가 <빠삐용 데 자르>에서 전시되었을 때, 현대 사회에 대해서 사회학 논문 천 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는 평을 들었다는 일화로 대변 될 수 있다.

그의 그림은 바라보면 참 포근하다. 어찌 보면 대충 그린 듯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그림을 잘 이해해보면 결코 한 편도 그냥 지나칠 그림이 아님을 알게된다. 정말이지 한 컷의 그림에 많은 것을 동시에 담아내는 천재적인 소질의 작가이다.

상뻬는 원래 처음에 악단 연주가를 꿈꾸었다. 그런데 그런 꿈을 꾸며 동경하는 연주가들의 그림을 그리던 그는 열 일곱 살 때 어렵사리 얻은 포도주 중개인 사무소의 일자리에서도 동료들을 모아 좋고 그림을 그리다가 해고되어 파리로 올라가 무명작가 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고단한 무명작가의 삶 속에 르네 고시니를 만나고 벨기에의 한 지방 주간지에 '꼬마 니콜라'를 연재하여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의 그림에는 한 편, 한 편에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풍성하게 압축하는 솜씨가 담겨있지만 정말로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것은 그의 그림에 담긴 따뜻하고 깊은 인간 이해다. 1959년에 탄생한 '꼬마 니콜라'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미 어른이 된 아이들과 장차 어른이 될 아이들의 가슴에 영원히 '꼬마' 니꼴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그의 따뜻한 그림에 나타난 진짜 '꼬마'의 모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상뻬는 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유명한 소설 '좀머 씨 이야기'의 삽화도 그렸다. 이미 읽어본 사람이 많겠지만 훌륭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중간에 소설의 호흡을 고르게 하는 상뻬의 삽화들은 정말로 그 소설을 한 편의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하고 싶을 정도이다. 소설의 흐름에 녹아 들어가서 소설과 함께 호흡하며 글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었다.

그의 그림의 특징은 무엇보다 겉으로 보이는 따뜻함과 속으로 감춰진 무한한 함축성이다. 정말이지 말을 잊게 하는 따뜻함으로 다가오는 그의 그림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입가의 기분 좋은 웃음은 이내 잔잔한 깨달음의 웃음으로 변한다. 그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하나하나 숨겨진 비밀들이 나타난다. 그의 그림에는 이 세상의 애처로운 희생자들이 맑고 진솔하며, 투명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프랑스 그래픽 미술 대상도 수상한 바 있는 그의 주요 작품집으로는

1962년 '쉬운 일은 아무 것도 없다', 1965년 '랑베르 씨' 1969년 '얼굴 빨개지는 아이' , 1975년 '랑베르 씨의 신분 상승' 1977년 '가벼운 일탈', 1983년 '아침 일찍' 1987년 '사치와 평온과 쾌락' 1989년 '뉴욕 스케치' 글, 그림 1989년 '항공 우편' 1989년 '까트린 이야기' 그림 (빠트릭 모디아노 글) 1990년 '여름 휴가' 1991년 '좀머 씨 이야기' 그림 (파트리크 쥐스킨트 글) 1991년 '속 깊은 이성 친구' 글, 그림 1993년 '풀리지 않는 몇 개의 신비' 1994년 '꼬마 니콜라의 쉬는 시간' 그림 (르네 고시니 글) 1994년 '꼬마 니콜라' (르네 고시니 글) 1994년 '꼬마 니콜라의 여름방학' 그림 (르네 고시니 글) 1995년 '자전거포 아저씨 라울 따뷔랭' 1997년 '거대한 꿈들' ‘꼬마 니콜라의 친구들' 그림 (르네 고시니 글) '꼬마 니콜라의 골칫거리' 그림 (르네 고시니 글)등이 있다.※